케토 식단, 남성 노화 가속 가능성 제기…호르몬 차이가 핵심 변수로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최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실린 연구에서 극단적 저탄수·고지방 식단인 케토 방식이 남성의 세포 노화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연구는 단기간 실험에서도 심장과 신장 등 주요 장기에 비분열 노화세포가 축적되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반면 동일한 식이를 적용한 암컷 동물에서는 노화 신호가 크게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 텍사스주립대 보건과학센터 연구진은 케토 식단의 대사 전환 과정이 성별·호르몬 상태에 따라 상이한 세포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케토 식단의 기전이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산화적 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수컷 동물은 몇 주간 케토 식이를 유지했을 때 심장과 신장 조직에서 세포 노화(marker of senescence)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내 염증 신호도 함께 높아져 대사성 스트레스와의 연관성이 지적됐다. 이는 동일한 조건의 암컷 개체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아, 성별 차이가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호르몬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화된 암컷 개체처럼 호르몬 수준이 낮아진 경우에는 세포 노화가 증가해 수컷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수컷에 에스트로겐을 투여한 실험에서는 노화세포 축적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보고됐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항산화제 투여가 산화적 손상과 노화세포 축적을 완화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는 케토 식단이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를 상승시키지만, 호르몬 상태나 항산화 방어체계가 이를 얼마나 완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츠버그대 의대 제이슨 응 교수는 “동물 모델에서 얻은 대사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직접 확정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일부 인체 연구에서도 케토 방식이 심혈관계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실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는 건강한 젊은 여성에게 케토식 저탄수·고지방 식단을 적용했을 때 LDL 콜레스테롤이 크게 상승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심장학 분야 종합 검토 자료에서도 저탄수 방식이 단기간 체중·혈당·혈압 감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 심혈관 효과에서는 우월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수컷 동물에서 장기간 케토 식단을 유지했을 때 간 지방 축적과 포도당 조절 악화가 나타났으며, 일반 사료로 전환 후 회복된 사례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들이 케토 식단이 강한 대사적 자극을 유발하는 도구이지, 위험성이 없는 방식은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케토 방식이 특정 질환, 특히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소아 난치성 뇌전증 등에서는 중요한 치료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체중 감량이나 일상적 건강 관리 목적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의료적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식단 반응은 성별과 호르몬 상태 등 개인별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의료진의 감독 없이 장기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극단적 저탄수·고지방 식단이 남성 개체에서 세포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성별·호르몬 상태가 대사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재확인했다. 연구진은 향후 인간 대상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